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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돋힌 아기장수의 넋이 호랑이가 되어..

옛날 이 마을에는 나이 40이 넘은 아주 착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주변에는 논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산골이어서 화전을 일구어 잡곡을 심고 산채를 뜯어서 연명을 하는 어려운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남달리 금슬이 좋은 이 부부는 부지런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그것은 40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부인에게 태기가 있게 되었다.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없다. 그로부터 부부는 산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었다. 남편은 일을 하면서도 신명이 나서 싱글벙글했고 부인도 일이 힘든 줄을 몰랐다.

부부가 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몹시도 춥던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 흘러 여름이 왔다. 그리고 참매미가 스러지게 울던 어느날 부인은 마침내 몸을 풀었다. 태어난 아기는 부부가 꿈에도 고대하던 옥동자였다.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 훤한 이마,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코, 어디로 보나 비범한 인물이었다. 몸집이 큰데다 팔다리가 모두 훤칠해서 대장부의 기개를 풍기고 있었다. 옥동자를 이리 바라보고 저리 굽어보며 부부는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러나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가난한 산골의 부부는 인제 아기를 위해서도 밭에 나가 더욱 부지런히 일을 했다. 낳은 지 사흘만에 부부는 아기에게 젖을 먹여 아랫목에 눕혀놓고 일터로 나갔다.

한 나절 일을 하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러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아기가 아침에 눕혔던 아랫목이 아니라 윗목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부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젖을 먹여 아랫목에 다시 눕힌 뒤 일터로 나가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기가 누워 있는 자리가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생각한 어머니는 어느날 일을 나가지 않고 아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밖에서 문틈으로 숨을 죽이며 방안을 들여다 보던 어머니는 그만 까무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제 낳은 지 며칠되지도 않은 갓난 아기가 방방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게 아닌가. 어머니는 놀라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아기는 보통 아이가 아니다 뛰어난 장수가 아니면 훌륭한 인물이 될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날밤 부인은 혼자서만 간직하려던 비밀을 남편에게 털어 놓았다. 역시 깜짝 놀라는 남편과 함께 아기의 몸을 자세히 살펴 보니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혀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놀랍고 기이한 일이었다. 그러자 남편에게는 한가지 커다란 금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아기가 자라면 큰 인물이 될 것을 틀림없는 일인데 이를 관가에서 알기라고 한다면 역적으로 몰려 아기는 물론 삼족을 멸하는 화를 입게 될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용소이미지

몇날 몇일을 두고 고심하던 남편은 아기가 커서 큰 일을 저지르기 전에 미리 없애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자기 손으로 아기를 죽이고 말았다. 죽은 아기를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부부는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워 비통에 빠져있었다. 아기가 죽은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용과 말이 나타나 집 주위를 맴돌며 아기를 찾는 것이었다.

얼마를 휘돌며아기를 찾던 용과 말은 아기가 없음을 알자 미친듯이 날뛰다가 말은 아기의 무덤을 찾아가 그 자리에서 뒤집히고 바위가 갈라지는 가운데 승천했다. 이 때 용이 빠진 곳은 큰 웅덩이가 되었고 꼬리에 맞은 웅덩이의 밑부분은 한없이 깊은 굴이 되었다. 이 후 사람들은 이 웅덩이를 용소(龍沼)라고 했고, 아기장수의 무덤이 있던 골짜기를 용마소, 그리고 그 마을은 용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옛날 이 용소의 물속 깊이는 명주실꾸리 하나를 풀어 넣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지금도 달 밝은 밤이면 날개돋힌 아기 장수의 넋이 호랑이가 되어 용마골로 내려와 용소를 뛰어 건너 운장을 넘나들며 장수가 못된 한을 달랬다고 한다.

1 용소이야기 끝.

어머니를 원망하며 죽어간 웃도리

全州, 南原間道路에서 200m지점과 의암 수원지를 들어가는 입구 100m의 지점에 높은 20~30m의 채기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는 ‘옷도리’라는 사람의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이 마을에는 동네에서 품팔이 하면서 살아가는 과부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이상한 꿈을 꾼 후 저절로 임신이 되어 6개월만에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이 아이는 허리 윗부분만있는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에 ‘웃도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웃도리는 낳자마자 갓난아이가 같지 않은 비범한 기상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씻겨 눕히자마자 놀랍게도 방안의 벽에 높이 질려있는 시렁 위로 발딱올라가 앉더니 대여섯살 먹은 아이들처럼 유창한 말로,「지금부터 내가 하는 애기를 잘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오. 내 말이 끝난 즉시 채기바위에 나를 데려다 놓아두되, 내가 이르는 세 가지 사항을 절대로 발설치 말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시오. 첫째는 3년 안에는 나를 낳았다는 사실을 일체 발설치 마시오. 둘째는 서숙(조) 서 말을 그 곳에 갖다 두고, 셋째는 메밀 서 말을 그곳에 갖다 두시오. 이상 세 가지 사항을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되, 만약 3년 안에 이와같은 사실을 발설하면 어머니와 나는 철천지원수가 될테니 그리 아시오!」하고 서슬이 퍼렇게 호령하는게 아닌가!

과부는 너무나도 놀랍고 한편으로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소중한 아들 웃도리의 당부를 그대로 들어주기로 하고 아들을 업고 가서 서숙 서 말과 메밀 서 말을 채기바위에 두고 돌아왔다. 물론 그녀가 낳은 웃도리에 대한 사실도 일체 발설하지 않은채로 두문분출하였다. 이때, 어느 유명한 도승 한 분이, 장래 역모를 할 어마어마한 장군이 이미 태어났다는 기를 간파하고서 인가를 내려와 최근에 아이를 낳은 사람을 일일이 찾아 만나보았다. 그러나아무런 기미를 그들에게서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중, 마침 6개월 전에 꿈만 꾸고 과부 하나가 임신을 하여 얼마전까지 배가 만삭이 된 것처럼 불렀으나 최근에는 마을에 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 내었다.

도승은 과부를 찾아 갔다. 그러나 과부는 6개월 만에 몸을 풀어 아이를 사산했노라며 아이의 생존을 완강히 부인하였다 그러나 미래에 역모할 장군을 낳은 사람이 과부임을 알고서 과부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캐어내기 위하여 자신의 행동을 바꾸어 과부에게 은근히 접근하였다. 그리고 같이 동거하면서 2년만에 다시 과부에게「그때 아이를 낳았다는데 그 아이를 어디 두었냐」며 추궁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이는 죽어버렸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도승은 아무리 짚어보아도 그 아이는 죽은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과부에게 극진히 하여 부부의 정을 강조하였다.

책바위 이미지

드디어 3년이 거의 다 된, 3일 전 쯤에 도승은 엄숙한 어조로 둘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아이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자 과부는 이제 참말로 부부가 된 줄로 알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 얘기를 들은 도승은 이내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도승은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하여 실로 삼년이라는 긴 세월을 자신을 희생하면서 드디어 사실을 알아내었던 것이다. 도승은 시간이 급박함을 알았다. 그리하여 곧바로 채기바위 있는 데로 달려갔다. 그리고 웃도리가 들어 있는 바위를 내려 쳐야 하는에 그건 칼로 쳐서는 안 될 일인지라, 바위 옆의 억새풀을 뜯어 그 풀로 바위를 내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위가 갈라지면서 쏟아져 나온 것은 삼만명이 넘는 군사였다.

웃도리의 부탁대로 그의 어머니가 갖다 놓았던 서 말의 서숙은 군사가 되었으며 메밀은 갑옷과 투구로 형성되어 이제 막 눈을 뜨려는 자세를 하고 있었고, 웃도리는 백마를 타고 막 일어나려는 찰라였다. 그런 상황에서 억새풀로 도승이 내려치니까 그 많은 군사들이 쏟아져 나오다가 이내 억새풀에 맞아 죽어 넘어지는 것이었다. 그 속에 섞여 웃도리도 백마를 타고 일어서려다 억새풀에 맞아 피가 낭자한 채 쓰러지면서,「아무리 어머니라지만..., 방정맞은 여자입 때문에 내가 죽는다!」라고 어머니를 원망하며 죽었다.

2 책바위전설 이야기 끝.

무승부로 끝난 방귀 시합

옛날 한때 팔도에서 방귀를 잘 뀌는 사람으로, 경상도 방귀장이와 전라도 방귀장이가 이름나 있었다. 어느 날 전라도 방귀장이는 이왕이면 팔도에서 제일가는 방귀장이가 되려고 경상도까지 원정시합을 나섰다.

먼 길을 걸어서 경상도 방귀장이네 집을 찾아가 보니, 주인은 마침 장에 가고 없었다. 전라도 방귀장이가 보니 경상도 방귀장이네 집은 초가집 오막살이였다. 언뜻 생각에 방귀를 세게 뀌는 놈이라면 이러한 집이 지탱할 수 없을 것인데, 집이 초라한 것으로 미루어 대단한 놈도 아닌데 공연히 먼 길을 와서 싱겁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연습삼아 방귀를 한방뀌었더니 경상도 방귀장이의 초가집이 온데 간데 없이 날아가고 말았다.

경상도 방귀장이는 장에서 일을 보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이 온데간데가 없었다. 마을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사연을 알아차린 경상도 방귀장이는 매우 화가 났다. 보복을 하기로 결심한 경상도 방귀장이는 마을에서 제일 크고 무거운 돌절구통을 가져다 궁둥이에 대고 서쪽 전라도를 향해서 방귀를 한 방 크게 뀌니 그 육중한 절구통은 하늘 높이 솟아 지리산 꼭대기를 넘어 전라도 쪽으로 날아갔다.

전라도 방귀장이는 이제는 제가 전국에서 제일가는 방귀장이라는 기쁨에서 득의만만하여 집으로 돌아오다 막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데 뜻밖에도 동쪽 경상도 쪽 하늘에서 돌절구통이 날아와 이마 위에 떨어지려 하였다. 순간 재빨리 돌아선 전라도 방귀장이는 동쪽 하늘을 향해서 방귀를 한방 뀌니 날아오던 절구통은 방향을 바꿔 경상도 쪽을 향해서 지리산을 넘어 되돌아 갔다.

경상도 방귀장이는 그 녀석이 필경은 돌 절구통에 얻어 맞았을 것으로 믿고 통쾌하게 여기고 있는데 서쪽 하늘에서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이 날려 보낸 돌 절구통이 되돌아 오는 것이었다.

방귀시합 이미지

화가 난 경상도 방귀장이는 돌아서서 또 한방귀를 뀌었다. 그랬더니 돌 절구통은 다시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 쪽으로 되돌아 갔다. 이렇게 해서 돌 절구통은 방귀힘으로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몇 번 왕래했다. 그러나 두 방귀장이는 서로지지 않으려고 힘써 방귀를 번갈아 뀌니 돌 절구통은 하늘 높이 떠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발발 떨다가 석달 열흘만에야 지상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 방귀시합은 결국 승부가 나지 않고 무승부로서 두 사람 모두 팔도의 방귀 대장이 되었다고 한다.

3 방귀시합 이야기 끝.

꾀 많은 미녀에게 혼줄이 난 사나이

어느 시골에 예쁘기로 소문난 처녀가 있었는데 갑자기 부모를 잃고 혼자 살게 되었다. 인물 좋고 솜씨 좋은 처녀였으니 자연 여러 곳에서 청혼이 들어왔으나 그 처녀는 부모의 3년상이 끝날때까지는 시집을 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절했다. 사나이는 그녀를 찾아가서 온갖 선심을 다 써가면서 꾀어 보았으나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화가 난 사나이는 위협까지 했으나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후 수단으로 밤중에 찾아가서 강제로라도 제 아내로 삼아 보겠다고 결심했다. 사나이의 속셈을 미리 알아낸 처녀도 궁리 끝에 한 꾀를 생각해 냈다. 큰 게를 물동이에 넣고 아궁이에는 밤을 묻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뜰에서 개똥을 잔뜩 주워다 놓고 대들보에는 절구통을 달아 매 두었다. 마당엔 멍석을 펴 두고 그 옆엔 지게를 놓아 두었다.

드디어 밤이 되었다. 비치던 달빛마저 구름에 가리우고 사방이 고요해지자 사나이는 사립문을 슬그머니 열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방문을 열려고 했으나 처녀는 문고리를 잠그고 열지를 않았다. 사나이는 완력을 써서 문고리를 빼고 방으로 들어 갔다. 처녀도 이제는 어쩔수 없게 되었다. 사나이는 그녀의 몸을 덮치려했다.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사정을 했다.

“당신이 내 얼굴이 고운데 반해서라면 불을 밝히고 내 얼굴을 보아야 할 것이 아녜요”라고 속삭였다. 사나이는 과연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성냥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성냥은 없고 부엌 아궁이에 불씨가 있다고 말했다. 사나이는 불을 밝히기 위해서 아궁이로 가서 불씨를 뒤적이며 입으로는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 순간 잿속에 묻어 두었던 밤알이 탁! 하고 튀는 바람에 사나이는 눈을 얻어맞고 말았다. 그리고 온통 잿가루로 뒤범벅이 되었다.

꾀 많은 미녀 이미지

장부는 갑작스런 일에 놀랐을 뿐 아니라 눈이 멀었고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 사나이는 어둠 속에서 물동이를 찾았다. 찬물로 씻으면 뜨거운 기운이 없어질 것 같아서 두손으로 부뚜막을 더듬자 물동이가 손에 닿았다 그래서 물을 푸려고 손을 넣는 순간 게란 놈이 손가락을 꽉 물었다. “어이쿠!”하며 견딜 수 없는 아픔에 펄쩍 뛰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4 꾀 많은 미녀 이야기 끝.

괴로운 고비를 넘긴 좋은 세 사람

옛날 어느 마을에 언제나 머리부스럼을 앓고 있는 사람과 눈병을 앓고 있는 사람, 늘 코를 훌쩍이는 코 흘리게가 살았었다. 부스럼장이는 늘 머리를 긁적이는 게 일쑤이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모여드는 파리떼를 쫓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또 코 흘리게는 항상 코를 훌쩍이며 소매끝으로 코를 문질러 댔다. 그런데 이 세사람은 자신들의 허물은 잊은채 상대편의 흉허물을 헐뜯기가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세 사람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래서 서로 한참 상대편들의 흉을 보다가 내기를 했다. “그럼 우리 셋중에서 누가 오래 견디나 보자” 다시 말하면 부스럼장이는 머리를 긁지 않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파리를쫓지 않고, 코 흘리게는 코를 닦아내지 않으면서 얼마나 오래 견뎌내나 내기를 건 것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서로가 죽을 지경이었다. 부스럼장이는 머릿속이 근질근질, 눈병을 앓는 사람은 쇠파리까지 새까맣게 모여들어 죽을 상이고, 코 흘리게의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려 닦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나 서로는 몸을 비틀어 괴로움을 참으면서 서로의 가관인 몰골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끝내 참을수 없게 되자 부스럼장이가 먼저 묘안을 생각해 내었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내가 어제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었는데 사슴 한 마리가 숲속에서 뛰어 나오질 않아? 그 사슴 머리에는 여기에도 뿔이나고 저기에도 뿔이 났었어.” 이것을 보고있던 코 흘리게도 한 꾀를 생각해 냈다. “그 사슴이 말씀야, 내 앞을 지나서 도망가는데 마침 포수가 사냥을 나왔어. 그 포수는 그 사슴을 잡으려고 활을 꼬누는데 이렇게 하지 않어?” 하며 활을 늘이는 척하면서 슬쩍 소매 끝으로 코를 닦아냈다. 두 사람이 꾀를 부려 그들의 괴로움을 면하는 것을 보고, 눈병을 앓는 사람도 생각에 잠겼다.

견뎌내기 이미지

드디어 한 꾀를 생각해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 이야기는 모두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뒷산에는 사슴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나는 절대로 자네들 말을 믿지 않는단 말일세.” 하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손을 휘저으며 모여든 파리떼를 쫓아 버렸다.

이렇게 해서 서로 괴로운 고비를 넘긴 세 사람은 그 후부터는 서로의 흉허물을 잡지 않고 의좋게 잘 살았다 한다.

5 견뎌내기 이야기 끝.

어머니를 향한 호심의 지극한 효도

아주 까마득한 옛날, 지금의 완주군 소양면 위봉사밑 어느 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호심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호심은 남의 집 일을 거들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처지였지만 늙은 어머니 한 분을 섬기는 일에는 부자 못지 않았다. 그러나 소년 호심은 매일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호심은 노모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항상 불만이었다. 한끼라도 고기가 없는 밥을 먹지를 않는가 하면 밤을 지새며 팔과 다리를 주물러 드려도 투덜댔다.

그러던 어느날 운장산 깊은 곳에서 나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호심의 앞을 가로막고 하얀 노인 한 분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버티고 서 있는 것이었다. “호심아, 난 저 위에 있는 절의 부처님이란다. 네 효심이 지극하여 너를 만나러 온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대로 잘 들으면 넌 언제나 너의 어머니께 맛있는 고기를 대접할 수가 있단다.”

노인은 절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서 산속으로 한참 올라가면 거기엔 조그마한 절이 있단다. 그 절엔 크고 작은 부처가 수없이 많은데 그 중에 제일 큰 부처의 손에 책 한권이 들려 있단다. 넌 그 앞에서 열 번 절하고 그 책을 펴보아라. 그러면 거기엔 너에게 가르쳐 주는 말이 있으니 그대로 꼭 지켜라.”

호심은 너무 고마워 노인에게 몇 번이고 감사의 절을 하고 부랴부랴 산속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부처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 책에는 “부처님, 부처님. 어머니의 병을 고치게 나를 호랑이로 만들어 주십시오.” 하면 호랑이가 되어 모든 짐승을 다스리는 왕이 될 것이고, “부처님, 부처님. 어머니에게 맛있는 고기를 드렸으니 이젠 사람이되게 해 주십시오.”하면 다시 사람이 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날밤, 호심은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떨면서 책에 씌여 있는대로 외쳤다. 그러자 금방 커다란 호랑이로 변했다. 호랑이는 금방 산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산속으로 들어가 살찐 노루 한 마리를 물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랑이는 다시 그 책의 뒷장을 외우자 금새 호심으로 둔갑해 버렸다. 호심의 어머니는 이런 까닭도 알지 못하고 맛있게 노루 고기를 먹었다. 이튿날도 도 그 이튿날도 호심은 호랑이가 되어 많은 고기를 날라왔고, 그런 어느날 호심의 어머니는 호심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각하고 그날 밤 호심의 행동을 숨어 살피다 이 무서운 광경에 놀라 책을 불태워 버리고 말았다.

새벽에야 산에서 살찐 토끼 몇 마리를 물고 돌아온 호랑이는 그만 눈물을 흘리며 산으로 올라가는 운명이 되었다. 이튿날 어머니는 호심이 눈에 보이지 않자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호심의 지극한 효도에 감동하고 호심의 어머니를 위로했다.

호랑이의 효행 이미지

호심의 어머니가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어느날 어떤 늙은 중 한 사람이 나타나 어머니에게 위봉사에 가서 백일기도를 드리면 다시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 날부터 호심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고 정성껏 불공을 드렸다. 그러는 동안 차츰 병환도 말끔히 나았다. 백일이 되는날 어머니는 여느때와 같이 새옷을 갈아입고 위봉사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난데없이 호랑이 한 마리가 어머니 앞을 가로막더니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어머니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호랑이가 호심이라는 것을 안 어머니는 기뻐하며 그 뒤를 따라 갔다. 호랑이는 옹달샘이 있는 곳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어머니에게 대고 자꾸만 비볐다. 호랑이는 몹시 다리를 다쳤다. 호랑이가 애처로운 어머니는 호랑이를 등에 업고 위봉사로 가서 내려놨다. 그러자 그렇게 그립고 보고 싶던 호심이가 다리를 다친채 깊이 잠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6 호랑이의 효행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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