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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과 박과산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10-07-06 00:00
  • 조회수1887

지금의 완주군 상관면 색장리에 박과산(朴菓山)이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 하나 있었다. 그 밑에는 수박동이라는 마을이 있고 수박동 마을엔 지금은 흙으로 메워져 겨우 웅덩이 구실도 못하는 잉어소라는 소가 개울물로 졸졸졸 흐르고 있다.
이 마을이 수박동으로 이름이 지어지고 앞 냇가에 조그맣게 파여진 웅덩이가 잉어소라고 불리어지고 있는데는 그럴법한 옛날 어떤 효자의 애틋한 정신이 연연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5백여년전의 일이었다. 전주 사람으로 박진(朴晋)이란 사람이 있었다. 박진은 어렸을 때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글읽기를 아주 좋아했다. 그가 커서 훌륭한 벼슬길에 오른 것은 뻔한 일이었다. 효성이 지극하고 글 잘하면 그때는 얼마든지 벼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진이 전라남도 어느 고을의 원님으로 가게 되었다. 원님이 된 박 진은 한시도 늙은 부모를 잊을수가 없었다.
“밥이나 굶지 않았을까? 잠자리가 편할까? 나쁜 일로 걱정거리나 생기지 않았을까?” 매일 같이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벼슬이 높은데에 이르렀으나 부모의 곁에서 부모를 섬기지 못하는 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불효자식이 어찌 나라의 일을 걱정할 수가 있고 올바르게 처리할 수 가 있단 말인가?”
어느날 저녁 박 진은 잠을 못 이루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천만 뜻밖에 부모님이 위독하다는 간단한 전갈이 박 진의 앞으로 날아왔다. 박 진은 눈물을 흘리며 애를 태웠다. 부하에게 사표를 내게하고는 허겁지겁 말을 달려 전주로 향했다. 어찌나 황급히 서둘렀는지 박 진은 의복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잠옷 바람으로 몇 백리를 단숨에 달렸다. 그때 삼남지방에서는 철아닌 비가 내려 곳곳에서 물난리가 여간 아니었다. 박 진이 전주에 도착했을 땐 냇물이 너무나 많이 불어나 도저히 말을 타고는 냇물을 건널 수가 없었다.

박 진은 말 위에서 한탄했다. 야속하게도 하늘이 효심을 가로막고 있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냇가 제방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 나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아수성을 치고 있었다. 얼마동안은 사납게 흐르는 물결이 원망스러워 바라만 보고 있던 박 진은 말을 채찍질해 물결속으로 뛰어들었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매인 것, 부모님께 효성을 못할바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박 진의 무모한 행동에 많은 사람들은 혀를 찼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납게 흐르던 냇물이 금방 제자리에 멈추어 서는 것이 아닌가. 박 진은 쉽게 건널 수가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많은 사람들은 하늘이 돕는 큰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진이 그 길로 집엘 도착하니 늙은 부모들도 신기해 했다. 박 진은 벼슬을 그만 두고 왔다는 말을 부친께 알리고 부친의 병구완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 박 진의 나이 예순이 훨씬 넘었으니 부친 나이야 이젠 사람의 목숨으론 더 지탱할 나이가 아니었지만 부모를 모시는 박 진의 마음은 너무 지극하다 못해 미친 것과도 같았다.

어느날 부친은 박 진에게 말했다.
“진아, 내가 왜 이렇게 수박이 먹고 싶은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염려마십시오. 어떻게든지 구해 오겠습니다.”
박 진은 쉽게 대답은 했지만 때가 엄동설한인데 어디에 가서 수박을 구한단 말인가? 부친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무심코 대답한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부친이 수박을 먹고 싶다니 가만히 누워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었다. 박 진은 지난 여름에 수박농사를 지은 논을 다 뒤져 보았지만 눈속에 수박이 있을리 없었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어떤 마을 어귀를 지날 때였다. 양지바른 곳에 수박잎이 파랗게 돋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박 진은 그만 반가운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는 것이었다. 거기엔 조그만한 수박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었다. 겨울에 수박을 본 부친은 그렇게 반가와 할 수가 없었다. 도 며칠이 지났다. “진아, 이젠 잉어가 자꾸만 먹고 싶구나”
“아버지, 염려하지 마십시오. 곧 잉어를 잡아 오겠습니다.”

겨울에 잉어를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은 뻔히 알고 있는 박 진이었지만 조금도 싫은 기색은 보이지 않고 냇가로 나갔다. 온 천지가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냇가는 쇠망치로도 도저히 얼음을 깰 수가 없었다. 또 깰 수가 있다해도 잉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박 진으로는 알 길이 없었다. 박 진은 무심결에 지난번 수박을 구했던 마을 어귀에왔다. 거기엔 조그마한 웅덩이가 얼음 하나 얼지 않은 채로 잉어가 수십 마리 헤엄치고 있었다. 아! 하늘이 무심치 않았구나. 박 진은 몇 번이고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잉어를 잡아 아버지에게 갖다 드렸다. 부친은 반가와 어쩔 줄 모르며 맛있게 잉어를 먹었다. 부친의 병환은 씻은 듯이 없어지고 온 집안 식구들은 다시 환한 웃음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지내게 되었다. 그 때 박 진이 잉어를 구한 연못을 잉어소, 수박을 얻은 마을 이름을 수박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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